XRP란 무엇인가? 리플랩스와 분산 원장의 진짜 관계 정리
리플(XRP)의 기술적 구조와 역사, 그리고 '중앙화 vs 탈중앙화' 논쟁을 알기 쉽게 정리한 입문 가이드
XRP를 처음 접한 분들이 가장 헷갈리는 부분은 바로 '리플(XRP)'이라는 용어가 가리키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입니다. 리플은 회사 이름이기도 하고, 암호화폐 이름으로도 쓰이며, 'XRPL'이라는 독립적인 레저(Ledger)까지 언급됩니다.
이 글에서는 XRP의 기초 개념부터 시작해, XRPL의 합의 방식, 그리고 XRP가 왜 "은행이 쓰는 코인"이라 불리는지까지 차근차근 짚어보겠습니다.
XRP와 리플랩스는 다른 존재입니다
리플(XRP)은 2012년에 만들어진 디지털 자산(암호화폐)이며, XRP Ledger(XRPL)이라는 블록체인과 유사한 시스템에서 운영됩니다. 여기서 꼭 알아두셔야 할 점은, XRP라는 '코인'과 리플이라는 '회사'는 서로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리플랩스(Ripple Labs)는 XRP를 직접 만든 회사가 아니라, XRP Ledger를 기반으로 금융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입니다. 다시 말해, XRP는 하나의 디지털 자산이고, 리플랩스는 그 자산이 쓰이는 기술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민간 기업입니다.
또한 XRP Ledger는 오픈소스 기반으로, 전 세계 누구나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는 퍼블릭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XRP는 이 레저의 기본 통화 역할을 하며, 송금 및 유동성 제공 시스템 등에 사용됩니다. 리플랩스는 이 시스템을 활용하여 글로벌 결제 솔루션 등을 개발하고 있지요.
이처럼 XRP는 리플랩스가 만든 회사의 자산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디지털 자산입니다. 실제로 2023년 미국 연방법원은 XRP 자체는 증권이 아니며, XRP의 판매 방식이 어떤 경우에 증권으로 간주될 수 있는지만 논의의 대상이라고 판결했습니다. 이 판결은 XRP가 법적으로도 리플랩스와 분리된 자산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기준점이 되었습니다.
XRPL의 합의 방식은 비트코인과 완전히 다릅니다
XRP Ledger는 비트코인(BTC)이나 이더리움(ETH)처럼 복잡한 수학 연산을 수행하여 블록을 생성하는 채굴(mining) 방식의 합의 메커니즘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즉, 컴퓨터 성능을 이용해 경쟁적으로 문제를 풀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코인을 얻는 방식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 대신 XRP Ledger에서는 합의 프로토콜(Consensus Protocol)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통해 거래의 유효성을 검증합니다. 이 방식에서는 검증인(Validator)이라고 불리는 참가자들이 거래가 유효한지 서로 확인하는데, 이들이 참고하는 기준이 바로 신뢰 목록(UNL, Unique Node List)입니다. 이 목록은 각 참가자가 신뢰하는 검증인들의 명단으로, 이들이 대부분 동일한 판단을 내리면 거래가 확정됩니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친구들 사이에서 어떤 소문이 사실인지 판단할 때 '내가 믿는 몇몇 친구들의 의견'만 모아서 결정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렇게 해서 거래 하나가 평균 3~5초 안에 확정되며, 에너지 소비도 이메일 서버만큼만 필요할 정도로 효율적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는 비판도 함께 받습니다. 리플랩스가 일부 검증인 목록을 관리하거나 제안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완전한 탈중앙화는 아니다'라는 의견이 나옵니다. 즉, 누구나 참여하고 모두가 동등한 권한을 갖는 비트코인과 달리, XRP는 일정 부분 중앙적인 운영 요소가 남아 있다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과 사용자들은 빠른 속도와 낮은 수수료, 그리고 안정적인 거래 처리 구조를 높이 평가하며 XRP Ledger를 실제 결제나 송금 등에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탈중앙화보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흐름 속에서 XRP의 구조가 점점 더 주목받고 있습니다.
왜 XRP는 '은행 코인'이라고 불리는가?
XRP는 단순히 투자용으로 거래되는 암호화폐가 아니라, 실제로 사용되는 목적이 있는 몇 안 되는 디지털 자산 중 하나입니다. 그 핵심은 바로 국제 송금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미국으로 돈을 보내려고 하면, 일반적으로 은행은 SWIFT라는 국제 네트워크를 통해 돈을 보냅니다. 이 과정은 2~5일이 걸리고, 수수료도 수만 원에서 많게는 수십 달러가 됩니다. 그런데 XRP를 활용하면 이 거래가 몇 초 안에 처리되고, 수수료는 거의 1원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을 리플랩스는 On-Demand Liquidity(ODL)라는 이름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서로 다른 나라의 화폐를 XRP를 중간에 거쳐 교환함으로써 은행 간 거래를 빠르고 저렴하게 처리하는 솔루션입니다.
그래서 XRP는 실제로 은행이나 핀테크 기업들이 시험 도입하거나 주목하는 암호화폐가 되었고, 이에 따라 '은행이 쓰는 암호화폐', 또는 '실물 기반 암호화폐'라는 별칭을 얻게 된 것입니다.
2025년 3월에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미국 정부 차원에서 전략적 암호화폐 준비금을 구성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그 안에 XRP를 포함시킨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이는 XRP가 단순히 개인 투자자들만 사용하는 자산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디지털 금융 인프라 자산으로 격상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라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