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P는 미국에서 합법이다? SEC 소송 결과와 트럼프 전략 준비금까지 한눈에 보기
리플(XRP), 법정 싸움을 넘어서 제도권으로 들어서다
암호화폐를 둘러싼 규제 논쟁은 지난 수년간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그중에서도 리플(XRP)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오랜 법정 공방을 통해 암호화폐의 법적 지위를 재정의하는 중요한 분수령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2023년 판결의 핵심 내용과, 그 이후의 제도적 변화, 그리고 2025년 트럼프 행정부의 암호화폐 정책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쉽게 설명드리겠습니다.
2023년, 미국 법원이 내린 역사적 판결: XRP는 증권이 아니다
SEC vs 리플랩스: 왜 이 소송이 벌어졌는가?
2020년 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리플랩스(Ripple Labs)를 상대로 전격적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XRP가 미등록 증권(unregistered security)이며, 이를 통해 불법적으로 자금을 조달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단순히 '법률 위반' 이상의 긴장과 갈등이 숨어 있었습니다. 당시 미국은 조 바이든(Joe Biden) 행정부 초기로,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분위기가 고조되던 시기였습니다. SEC는 XRP뿐만 아니라 여러 알트코인들에 대해 증권성을 문제 삼고 있었고, 그 첫 타깃으로 리플을 선택한 셈이었습니다.
리플랩스는 이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XRP는 중앙 발행 구조가 아닌 분산원장을 기반으로 하며, 리플랩스는 XRP를 개발한 주체가 아니라 생태계의 일원일 뿐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이미 수년간 글로벌 금융 기관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실사용 기반을 갖춘 XRP가 규제 대상으로 몰리는 것에 업계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판결을 내린 판사, 아날리사 토레스는 누구인가?
2023년 7월, 이 사건의 판결을 맡은 인물은 뉴욕 남부지방법원의 아날리사 토레스(Analisa Torres) 판사였습니다. 그는 민주당 대통령이 임명한 인물로, 그간 금융 범죄 및 공익적 이슈에 대해 비교적 진보적이고 균형 잡힌 판결을 내려온 것으로 평가됩니다.
흥미롭게도, 이 사건은 금융 중심지인 뉴욕에서 진행되었고, 암호화폐의 법적 지위를 가르는 첫 공식 판결로 기록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SEC와 리플 사이의 소송은 단순한 규제 분쟁이 아니라, 디지털 자산의 존재를 둘러싼 철학적·정책적 전선의 시험장이었습니다.
XRP는 증권이 아니다 – 판결의 핵심 요지
토레스 판사는 다음과 같은 요지를 담은 판결문을 발표했습니다:
1. XRP는 그 자체로 증권이 아니다
XRP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거래 가능한 디지털 토큰이며, 그 자체만으로는 투자계약(Howey Test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입니다.
2. 특정 판매 방식은 증권성 이슈를 유발할 수 있다
기관투자자에게 직접 판매한 일부 XRP는 '투자 계약'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즉, "어떻게 팔았는가"에 따라 증권성이 생길 수 있다는 조건부 판단이었습니다.
3. 일반 거래소에서의 XRP 매매는 증권이 아니다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들이 거래소를 통해 사고판 XRP는 증권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으며, 이는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밝혔습니다.
판결이 갖는 상징적 의미
이 판결은 단순히 리플랩스의 승리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디지털 자산이 제도권에서 어떤 지위를 가질 수 있는가를 두고 벌어진 첫 사례로, 암호화폐 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외에는 모두 '잠재적 증권'으로 불확실성에 묶여 있던 상황에서, XRP가 법적으로 '비증권' 지위를 획득함으로써 향후 다른 프로젝트들의 규제 논쟁에도 기준점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판결은 XRP에게는 제도권 진입의 초석이 되었고, 암호화폐 산업 전반에는 정책적 명확성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는 사건이었습니다.
제도권 진입의 상징: 미국 최초의 암호화폐 전략 준비금에 포함되다
2025년 3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이 디지털 자산 분야에서도 전략적 준비 체계를 갖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 핵심은 바로, '미국 전략적 암호화폐 준비금(Strategic Crypto Reserve)'의 구성입니다.
이 발표는 단순한 선언이 아닌, 미국이 공식적으로 디지털 자산을 국가 차원에서 인정하고 보유하겠다는 전환점으로 해석되었습니다. 준비금에는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솔라나(SOL), 체인링크(LINK), 그리고 XRP가 포함되었으며, 특히 XRP가 이름을 올린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트럼프는 이러한 과감한 조치를 취했을까요? 그는 기업가 출신 대통령답게 기술적 진보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자산 다변화에 관심이 많았으며, 바이든 정부와 달리 암호화폐를 미래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보는 시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 중에도 디지털 달러 프로젝트에 비판적이었고, 중국과의 기술 경쟁 구도 속에서 비국가 디지털 자산의 전략적 가치를 강조해 왔습니다.
또한, 암호화폐를 제도권에 편입시키는 것은 단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경제적 주도권을 둘러싼 문제이기도 합니다. XRP가 포함된 사실은 단순히 암호화폐 커뮤니티의 기쁨을 넘어, 디지털 시대에 국가가 어떤 자산을 중심으로 새로운 질서를 설계하려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XRP가 '공공 디지털 금융 인프라의 일부'로 간주된다는 것은, 단지 거래용 코인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이것은 곧 국제 송금, 유동성 제공, 국경 간 금융 연결성 등 기존 은행 시스템의 한계를 보완하고 대체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인정받았다는 뜻입니다.
문화적으로는 암호화폐에 대한 인식이 '불법 도구'에서 '공적 자산'으로 바뀌는 전환점이며, 정치적으로는 미국이 글로벌 디지털 통화 경쟁에서 한 발 앞서가겠다는 전략적 선언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조치는 단순한 쇼가 아니라, 미국 정부가 선별된 암호화폐를 제도권 자산으로 채택하는 흐름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관투자자들이 XRP를 다시 주목하는 이유
그렇다면 왜 기관투자자들이 XRP에 관심을 다시 두고 있을까요?
첫째, 법적 리스크 해소입니다.
SEC와의 분쟁으로 인해 수년간 머뭇거리던 기관들은 이제 XRP를 투자 대상에서 다시 고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투자 기관은 불확실성이 있는 자산에는 접근하지 않기 때문에, 이 같은 판결은 매우 실질적인 전환점입니다.
둘째, 실사용 기반의 가치입니다.
XRP는 단순한 '가상자산'이 아니라, 글로벌 송금과 유동성 제공을 위해 설계된 기술 기반 자산입니다. 실제 금융 시스템과 연계된 사용처가 명확하다는 점은 기관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조건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