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가 전력망을 밀어붙일 때, PJM이 마주한 ‘공급 위기’의 구조

AI 붐이 전력망을 먼저 흔드는 방식

AI가 커지면 가장 먼저 바뀌는 건 화면 속 서비스가 아니라, 그 서비스를 떠받치는 전기라는 말이 점점 현실처럼 들립니다. 미국 동부와 중서부를 넓게 아우르는 전력 시장에서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망의 여유가 빠르게 줄어드는 장면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때 핵심은 “발전소를 더 지으면 되지 않나”처럼 단순하게 정리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전력은 저장과 운송이 까다로운 데다, 규제와 인허가, 지역 정치와 시장 설계가 동시에 얽히기 때문에 위기는 공급 부족이 아니라 시스템의 병목으로 드러나기 쉽습니다. 그래서 AI 시대의 전력 이슈는 기술 경쟁만큼이나 전력 운영의 언어로도 읽히기 시작합니다.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미국 최대 전력시장 PJM의 신뢰도와 요금, 인허가 문제를 어떻게 동시에 흔드는지 구조적으로 해설합니다.

PJM이라는 ‘거대한 중개자’가 서 있는 자리

이번 전력 이슈의 중심에 있는 곳은 피제이엠(PJM, Pennsylvania-New Jersey-Maryland Interconnection)입니다. 뉴저지에서 켄터키까지 13개 주, 약 6,700만 명이 이 시장을 통해 전기를 공급받는다고 알려져 있고, 이 거대한 구역에서 PJM은 발전사와 송배전 유틸리티 사이를 중개하며 수급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맡습니다. 

전력은 수요와 공급이 순간순간 맞지 않으면 주파수가 흔들리고, 그 흔들림이 발전 설비와 계통 장비를 손상시킬 수 있어 운영은 늘 긴장 상태에 놓입니다. 그래서 PJM의 관제 기능은 종종 항공 관제에 비유되는데, 전기의 흐름을 우회시키고, 어느 발전소를 얼마나 돌릴지 지시하며, 위기 때는 수요를 줄이는 방식까지 동원합니다. 

문제는 데이터센터처럼 24시간 가동을 전제로 하는 거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때, 이 ‘관제’의 난도가 급상승한다는 점입니다.


‘수요가 느리게 오르던 시대’에서 갑자기 벗어나는 순간

PJM이 예상하는 전력 수요 증가 속도는 연평균 4.8% 수준으로 제시됩니다. 전력망이 오랫동안 큰 수요 성장을 경험하지 않았던 환경을 떠올리면, 이 수치는 단순한 증가가 아니라 체질 변화처럼 다가옵니다. 

북버지니아의 ‘데이터센터 앨리’로 불리는 지역이 상징적 사례인데, 이곳은 아마존(Amazon), 알파벳(Alphabet),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같은 기업들의 데이터센터가 밀집해 있으며 전기를 ‘바닥 없는 수요’처럼 끌어당기는 구조를 보입니다. 

실제로 버지니아 일부를 담당하는 도미니언 에너지(Dominion Energy)가 받은 데이터센터 전력 요청이 40기가와트를 넘는다는 언급은, 수요 증가가 추상적인 전망이 아니라 이미 접수된 연결 요청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런 규모의 수요는 송전망과 변전소, 예비력 운영까지 동시에 재설계를 요구할 수 있어, 전력망이 감당해야 할 시간표가 갑자기 앞당겨진 것처럼 느껴지게 만듭니다.


공급이 따라오지 못하는 이유는 ‘발전소’만이 아닙니다

수요가 늘면 발전소가 늘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오래된 발전 설비가 새 설비보다 더 빨리 빠져나가는 흐름이 겹치고 있습니다. 일부 주에서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환경 정책이 석탄과 가스 발전의 조기 퇴출로 이어졌고, 다른 한편에서는 셰일 붐 이후 천연가스 가격 환경과 재생에너지 비용 하락이 발전소의 경제성을 흔들어 폐지 결정을 앞당기는 요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인허가와 입지 규제가 더해지면, “시장이 어떤 가격 신호를 보내더라도” 실제 설비가 세워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PJM의 전임 최고경영자 마누 아스타나(Manu Asthana)가 인허가 환경이 발전소 건설을 어렵게 만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대목은, 전력 문제가 기술이나 자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지역 정치의 문제로 번지는 지점을 드러냅니다. 결국 공급 확충은 ‘돈을 쓰면 되는 일’이 아니라, 다수 주(州)의 이해관계와 규제가 한꺼번에 맞물려야 가능한 과제가 됩니다.


정치가 전력시장으로 들어오는 방식

전기요금이 오르면 시스템 논쟁은 곧바로 정치가 됩니다. 실제로 뉴저지에서는 주민 요금이 한 차례 약 20% 급등했다는 언급이 있고, 이는 선거에서 핵심 의제가 될 만큼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조시 셔피로(Josh Shapiro)가 연방 규제 당국에 문제를 제기하며 가격 상승 억제를 요구한 흐름도, 전력 시장이 더 이상 전문가 영역에만 머무르기 어렵다는 신호처럼 읽힙니다. PJM은 다수 주를 포괄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캘리포니아나 뉴욕처럼 단일 주 시장에서 가능한 정책 일관성이 자연스럽게 확보되기 어렵습니다. 

서로 다른 정치 성향과 에너지 정책을 가진 13개 주가 “어떤 발전원을 원하고, 누가 발전원을 지을 수 있는지”를 두고 다른 답을 갖게 되면, 수급 문제는 기술적 과제가 아니라 조정의 과제로 변합니다. 이 지점에서 전력망은 물리 인프라임과 동시에, 합의와 규칙의 인프라라는 성격을 드러냅니다.


‘정전’은 최후수단이지만, 최후수단이 가까워질 때가 있습니다

전력망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극한 기후 속에서의 수요 급등입니다. 폭염으로 냉방이 급증하거나 한파로 난방 수요가 치솟을 때, 계통은 한계에 가까워지고 운영자는 예비력과 수요관리까지 총동원하게 됩니다. PJM이 위기 시기에 공장 같은 대형 수요처에 전력 사용을 줄이도록 비용을 지급하는 ‘디맨드 리스폰스’가 언급되는 것도, 공급만 늘리는 방식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수급 균형이 무너지면 ‘순환 정전’ 같은 강제 조치가 거론될 수 있는데, 이는 설비 보호를 위한 선택지로서 등장합니다. 2021년 텍사스 한파에서 대규모 정전이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는 사례가 함께 언급되는 이유는, 정전이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안전과 생존의 문제로 번질 수 있음을 상기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력망의 ‘신뢰도’는 숫자 하나가 아니라, 극한 상황에서 사회가 감당해야 할 위험의 크기를 뜻하게 됩니다.


데이터센터는 왜 특별 취급 논쟁의 중심에 서는가

데이터센터는 전기를 많이 쓰는 시설이지만, ‘언제든 꺼도 되는’ 수요로 분류되기 어렵습니다. 상시 가동을 전제로 설계된 만큼, 전력 차단이 곧 서비스 중단과 데이터 손실,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합니다. PJM이 극한 상황에서 데이터센터 전력을 제한하는 방안을 제안하며, 자체 전력 확보나 수요관리 참여 같은 예외 조건을 붙인 구상이 거론된 것도 이 딜레마를 반영합니다. 

반대로 빅테크 기업들은 이런 조치가 데이터센터를 차별한다고 반발하며, 발전소를 짓거나 전력을 줄이는 선택은 ‘의무’가 아니라 ‘자발’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습니다. 이 충돌은 단순히 기업 이기주의로만 보기보다, 새로운 산업 수요가 기존 공공 인프라 규칙과 만나면서 생기는 재협상의 장면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전력망이 공공재로서 보편 서비스를 지향하는 한, “누가 먼저 보호받고 누가 먼저 줄일 것인가”라는 질문은 피하기 어렵게 됩니다.


멈출 수 없는 수요와 느린 인프라가 만날 때 생기는 구조

이 사안이 흥미로운 지점은, AI와 데이터센터 수요가 ‘빠르게’ 커지는 반면 전력 인프라는 ‘느리게’ 움직인다는 데 있습니다. 발전소와 송전선, 변전소는 계획부터 준공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는 규제와 지역 반발, 금융과 수익성 판단이 뒤엉킵니다. 

PJM의 최고경영자가 교체 공백을 맞은 상황도, 위기 대응의 복잡성을 더하는 요소로 보일 수 있습니다. 시장 감시 역할을 하는 모니터링 애널리틱스(Monitoring Analytics)와 조지프 보어링(Joseph Bowring)이 “충분한 발전과 송전이 확보되기 전에는 새로운 데이터센터 편입을 멈춰야 한다”는 취지의 문제 제기를 한 흐름은, 이제 논쟁이 ‘확장’이냐 ‘속도 조절’이냐의 선택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줍니다. 

결국 AI 전력 이슈는 기술 붐이 만들어낸 수요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 인프라가 새로운 수요를 받아들이는 조건을 다시 쓰는 문제로 확장됩니다.


앞으로 주의깊게 봐야 할 부분

비슷한 뉴스가 나올 때는 “전력 부족” 같은 단어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어떤 조정 장치가 논의되는지를 함께 보면 흐름이 잡힙니다. 

‘수요관리’, ‘예비력’, ‘인허가’, ‘입지 규제’, ‘수출입이 아닌 계통 신뢰도’ 같은 표현이 묶여 나오면, 이는 단순한 발전소 증설 논쟁이 아니라 시스템 운영의 문제로 넘어갔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또한 ‘데이터센터 자체 발전’, ‘피크 시간 차단’, ‘차별 논란’ 같은 표현은 공공재로서 전력망이 새로운 산업을 어떤 규칙으로 받아들일지에 대한 협상 국면을 드러냅니다. 

이런 단어들을 따라가면, AI 경쟁의 이면에서 전력과 정치, 규제가 어떻게 한 지점에 겹쳐지는지 조금 더 또렷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때부터 전력 뉴스는 에너지 섹션의 소식이 아니라, 기술과 주권, 산업의 속도를 함께 읽는 창이 됩니다.


자료 및 출처: America’s Biggest Power Grid Operator Has an AI Problem—Too Many Data Centers - W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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